내 인생과 함께한 워드프로세서들...

컴퓨터 산업의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비추어 볼때, 한낱 30여년 살아온 미천한 생명체에 불구하지만, 어제 문득 문서편집중에 떠오른 생각, "내가 그동안 사용해온 워드프로세서들은 뭐가 있을까?"라는 생각에 글을 적기 시작해 본다.

NoPD가 처음 컴퓨터를 접한것은 1986년 초등학교 2학년 때였다. (컴퓨터가 뭔지 아는 사람이 많지 않던 시절이라 선견지명을 가지고 컴퓨터를 사오신 아버지께 지금도 무척이나 감사한다.) 세계적으로 빅 히트를 치고 있었던 애플社의 오리지널 Apple ][가 아닌... 청계천표 Apple ][  호환기종. 이 때만 해도 특별히 어떤 워드프로세서를 사용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CALL 3327"로 통하는 한글 지원 어셈블리를 가지고 간단한 베이직 프로그램이나 짜고 했으니깐 말이다.

88년 이었던가? 다니던 동네 컴퓨터 학원에서 난생 처음 워드프로세서를 접하게 된다. 이름하여 "보석글V". 버전 V인걸 봐서는 그 이전에도 여러가지 버전의 보석글이 있었지 않나 싶다. 보석글에 대한 Wikipedia를 참고해 보자(http://ko.wikipedia.org/wiki/%EB%B3%B4%EC%84%9D%EA%B8%80) 아래 사진은 파코즈에 올라온 보석글 메뉴얼 사진이다. 원문 저작자분께 양해를 구하지 못해서 죄송하다 ^^ 문제가 되면 바로 삭제하도록 하겠다.
당시 대한민국 프린터 시장은 삼보컴퓨터에서 제휴한 EPSON의 도트매트릭스 방식 프린터가 대세였던 시절이었다. 136컬럼 크기의 프린터용지를 맛있게 먹어치우는 프린터가 있던 학원에서 난생처음 문서편집을 해보면서 적잖은 감동을 느꼈던 것으로 기억된다. 저 책을 복사해서 제본뜬 교재로 보석글V를 열심히 배웠던... (왜 배웠었는지는 아직도 의문이다.)

그러던 찰나, 당시 열심히 구독하던 "컴퓨터학습" (민컴社에서 나오던 컴퓨터 입문자용 잡지였는데 나중에 "마이컴"으로 제호를 변경하고 연명하다 98년즈음 폐간된 것으로 기억된다.) 에 이슈기사로 떠오른 "이찬진(현 드림위즈 대표)"씨를 비롯한 서울대 공대 출신들이 만든 "아래아한글"이라는 것이 등장하게 된다. 중학교 1학년이 되던 91년까지 Apple ][를 거쳐 Apple][e 를 사용하던 터라 초기버전은 사용해 보지 못했지만 92년 IBM-AT 호환기종을 조립하면서 아래아한글 1.52 버전을 사용해 보게 되었다.

허큘리스 그래픽 카드를 통해서 모노크롬 모니터에 펼쳐지던 아래아한글의 자태는 보석글V를 처음 만났을 때 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자연스러운 인터페이스와 부드러운 소프트웨어의 움직임. 폰트사이즈라는 개념은 존재하지 않고 오직 가로확대/세로확대 만이 존재했지만, 이건 정말이지 센세이션 그 자체였다. 열심히 만든 문서들을 당대 최고의 히트작 프린터 HP Deskjet 500K로 출력하던 그 느낌은 지금도 잊을수가 없다 (여담이지만 Deskjet 500K는 여전히 친가에 잘 모셔져 있고, 여전히 리필잉크를 통하여 원활한 출력상태를 보여주고 있다. 나중에 500K를 주제로 포스팅을 한번 해볼까 한다)

아래아한글은 수많은 워드프로세서(하나 워드, 한메 뭐시기-_-;;, 등등등)들을 제끼고 시장을 과점해 나가기 시작했다. 그 당시만해도 관공서에서 하나 워드던가? 를 표준 워드프로세서로 쓰고 있었는데, 정확한 버전은 기억나지 않지만 어느날 아래아한글이 표준 워드프로세서로 지정되고 공기관을 완전히 점령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이는 여전히 영향을 미치고 있어, 군기관이나 관공서의 많은 문서들이 여전히 HWP 포맷으로 만들어 지고 있다) 글을 쓰면서 검색을 하다보니 김중태 선생님의 글도 눈에 띈다. 한번 읽어보자 (http://www.dal.co.kr/blog/archives/000132.html) 아래 이미지 출처는 http://blog.naver.com/donnj95/90008600547
아래아한글은 도스버전 3.0을 마지막으로 윈도우 환경으로의 전환이 늦어지면서 많은 원성을 듣기도 했지만 이후 출시된 아래아한글 97 그리고 아래아한글 97 기능강화판은 여전히 NoPD의 최고 선호 워드프로세서일 만큼 다양한 기능과 막강한 단축키들로 빠른 문서 작성(Rapid Document Making??)의 신기원을 열었지 않나 싶다. 시간이 된다면 동영상으로 NoPD의 한글97 워드 사용모습을 공개해 보겠다.
이후 대학교에 입학후에도 아래아한글을 계속 써오다가 슬슬 Word 쪽으로 관심이 쏠리기 시작했다. 이전에도 MS-Word는 존재했지만 불편한 편집기능과 한국환경에 맞지 않는(Everybody 아래아한글에 "너무" 익숙한...) 기능들로 사람들의 외면을 받고 있었다. 하지만 교수님들의 문서들이 하나둘 PowerPoint나 Word로 나오기 시작하면서 본의 아니게 조금씩 사용하기 시작했지 않나 싶다.
IMF를 맞으면서 한글과 컴퓨터社는 경영 위기에 봉착했고 급기야 MS와 거시기한 계약 발표로 세간의 주목을 받게 된다. 전화위복으로 우리나라의 워드프로세서를 지키겠다는 운동이 일어나, 한글8.15라는 희대의 걸작(가격은 1만원 이었다.)을 만들어 냈고 회사는 회생을 했던 기억이 난다. 재미있는 것은, 한글 8.15는 군대에서 사용 금지 소프트웨어 목록으로 올라있는데, 그 이유는 아무도 모른다는 후설이 있다 -_-+ 한글 97과 제대로 호환되는 거의 마지막 버전이 아니었나 싶다.
대학을 졸업하고 회사에 입사하면서 또 한번 워드프로세서의 변혁(?)을 맞게 되었는데, 최근 추세에 따라 일단 워드프로세서 보다는 파워포인트나 엑셀로 작업하는 양이 무척 많아 졌다. 필수품이었던 아래아한글은 가끔 공기관들과 문서를 주고 받을때, 인터넷상의 자료열람시, 정확한 사이즈로 잘라야 하는 문서 출력시(여전히 이 분야에서 만큼은 최고라 본다)에만 사용하는 상황으로 바뀌었다. 그렇다면 문서파일이 정말 필요할 때는 무엇을 쓰고 있는가? 희대의 워드프로세서라 일컫어지는 "훈민정음"이 현재 NoPD의 표준 프로그램이다. 정말 불편하고 버그도 많고 말썽이지만 어쩌겠는가? 사내 표준 문서는 GUL (굴-_-... 확장자도 맘에 안든다) 이니 현 상황을 따라야 할 수 밖에...

세월의 흐름에 따라, 또한 속한 조직에 따라 계속 바뀌어온 워드프로세서. 최근 writely.com, thinkfree 같은 인터넷상의 워드프로세서들이 많이 공개되고 있다. 앞으로 또 어떻게 바뀌어 갈지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내 삶과 함께 해온 저들을 잊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 NoPD -

by NoPD | 2006/10/28 10:47 | 트랙백(2) | 덧글(21)

Tracked from 이오공감의 흔적 at 2006/10/28 11:58

제목 : 2006년 10월 28일 이오공감
내 인생과 함께한 워드프로세서들...  by NoPD 컴퓨터 산업의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비추어 볼때, 한낱 30여년 살아온 미천한 생명체에 불구하지만, 어제 문득 문서편집중에 떠오른 생각, "내가 그동안 사용해온...가을로  by 콜린영화는 실제 있었던 삼풍백화점 붕괴사건을 모티브로 한 여자의 죽음과 그녀의 죽음 때문에 괴로워하는 남자의 멜로를 펼쳐놓는다. 정확히 말하자면 멜로 절반에 사회 드라마 절반이다...세익스피어(William Sha......more

Tracked from ▒▒ [ BKLove'.. at 2006/10/29 09:42

제목 : 한컴 '한글 오피스 2007' 분석과 리뷰
지난 달 7월 17일 한글과 컴퓨터는 주력 오피스 프로그램인 오피스 프로그램의 새 버전인 '한글과 컴퓨터 오피스 2007(버전 7.0)'을 발표했습니다. 자국의 오피스 프로그램을 구비한 나라가 거의 없다는건 일반 상식인데요. 그만큼 전세계에 MS의 MS오피스는 지배력이 막강합니다. 반면 한국 시장에서는 '한컴 오피스'의 위력을 보여주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한글과 컴퓨터가 선전하고 있는 가장 큰 배경은 오랫동안 사용한 탓에 많은 컴퓨터 사용자에게......more

Commented by 홍차도둑 at 2006/10/28 12:43
오랫만에 들어보는 옛날 프로그램 이름들이 많아서 잠시간의 추억에 젖어보았습니다 ^^

21세기라는 est soft(알집 만들어내는 그쪽과 같은 회사인지는 모르겠습니다)라는 곳에서 만들었던 프로그램도 생각나고 그러네요...^^

지금도 아래한글 1.51, 1.52버전을 가지고 있습니다.
외국 나갔을 때 에디터로 쓰려고 가지고 다녔었죠...그때의 기억들이란...크어~ ^^
Commented by object at 2006/10/28 12:50
알집 만드는 이스트 소프트가 21세기라는 소프트웨어 만든 것 맞습니다~
저는 금성사에서 만든 장원이라는 소프트웨어가 생각나네요;
Commented by NoPD at 2006/10/28 13:09
홍차도둑 // 그쵸! EST SOFT 저도 참 좋아했던 회사입니다!
기능이 강력하지는 않았는데,무료 였던 것으로 기억되네요~
object // 장원은 처음 들어보네요 ^^;; 하기사.. 당시에는 워낙 마이너한 워드프로세서들도 많던 시절이었지요 ^^
Commented by Cailia at 2006/10/28 13:13
글읽다가 문득 집을 뒤져보니 한글 2.1 디스켓이 나오는군요.
당시 아버지 노트북에 깔려있던 2.5보면서 왜 2.1엔 게임이 없냐고
어린마음에 울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나저나 저 2.5의 손모양 반가운
Commented by BeNihill at 2006/10/28 14:04
저희 어머니가 컴퓨터를 쓰시겠다고
제가 다니던 학교에서 실시하던 한글 2.5 교육을 열심히 받으셨었는데
(학교 컴퓨터들이 시대에 뒤떨어지기도 하고, 저희 집 컴퓨터도 그때 뒤떨어졌었고...그러니 한글2.5가 나온지 한참 후에 배우셨던)

어머니가 한글 2.5를 배우시고 몇달도 안되어서
저희 집 컴퓨터 새로 사면서 윈도 기반 한글이 저희 집에 등장..
(아마 96이었던 거 같은데...)

어머니는 '왜 뭐 하나 배우면 새로운게 나오냐'라고 하시고
저는 옆에서 실없는 웃음을 짓고 있었습니다(웃음)

워드 프로그램 관련 글을 보니까
생각이 나서 적어봅니다.
글 잘 읽고 갑니다^^
Commented by NoPD at 2006/10/28 14:31
Cailia // 요즈음 버전과는 또 다른 느낌이죠 >_<
BeNihill // 그래도 어머님께서 첨단이십니다~ ^^
요즘이야 세상이 좋아져서 인터넷 가르쳐 드리면 즐겁게 쓰시지요~
Commented by 페로페로 at 2006/10/28 15:14
이오공감 보고 들렀습니다, 훈민정음 쓰시다니 삼성 근무하시는가 보죠? ^^
제 워드 사용의 시작은 바로 815버전 부터였네요 그전까지는 불법이라 이것 저것 돌려 써 보다가 8.15가 만원이라는 가격에 신기해서 사봤죠 그때부터 쭉 업그레이드를 해 오면서 쓰고 있고요.

옛날 것들을 보면 자꾸 추억이 생각나서...^^
Commented by 도리 at 2006/10/28 15:44
이오공감보고 왔습니다 :) 정말 추억의 프로그램들이 보이는군요. (웃음)

한글 815가 군대에서 사용금지...라는 부분에 대한 기억을 더듬어보면 분명 구명운동 당시에 한소프트에서 한글97 815버전을 내면서 '개인사용자에게만 허가'하도록 소프트웨어의 이용범위를 제한하였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기관 및 단체에서는 815버전을 사용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군부대 뿐만아니라 정부기관 및 기타 단체에서도 815버전을 사용할 수 없었던 것이지요 :)
Commented by 즈나캇세 at 2006/10/28 15:50
한글 3.1인가? 집에 아직도 5.5플로피로 있지요....각종 게임들도....하지만 드라이브가 안되니 음;;;
Commented by 타키 at 2006/10/28 15:57
전 아마 정확하진 않지만 한글 97부터 써온것 같네요.
그런데 2.5도 있었다니 놀랍네요 ^^;
Commented by 곰탱이 at 2006/10/28 16:27
Deskjet 500K, 그리운 이름이네요. 92년에 50만원이 넘는 가격(정확하게 기억이 -_-;;)으로 구입해서 10년 넘도록 잔고장없이 잘 이용했는데 휴우..
Commented by Kristine at 2006/10/28 18:49
저는 한글 97을 써보고 그 이후에는 기억이 안나네요.. 그 후에 삼성컴퓨터를 써서 훈민정음을 잠시 썼었고, 지금은 ms word를 사용하고 있지요...
Commented by NoPD at 2006/10/28 20:08
페로페로 // 네 맞습니다 ^^;; 개인적으로 8.15 조차도.. 돈주고 사지 않고
이벤트 당첨으로 무료로 받았던 것이라... 상당히 거시기 함다 ^^
도리 // 아! 그랬군요... User License 부분에 그런것이 있었을 줄이야...!
즈나캇세 // 5.25 인치 디스켓으로 가지고 계시군요 ^^ 3.5 인치 디스켓으로도
꽤나 장수가 되었던 것을 기억하는데, 대단하십니다 ^6
타키 // 1.x 버전이 사실 가장 우수하답니다 :)
곰탱이 // 오오오~ 같은 유저분이 계시는군요 ^^ 최고의 장점중 하나가 펜에 넣는 P모 잉크를 넣어도 잘 된다는 것이지요 ^^
Kristine // MS-Word가 요즘은 개인사용자 대세인것 같습니다. 오피스 2007 에서도 획기적으로 변화가 생겼다고 하는데.. 아래아한글 신버전도 한번 찾아봐야 겠습니다 ^^
Commented by 아크몬드 at 2006/10/28 20:16
훈민정음과 아래아 한글 3.0b 버전이 기억에 남습니다..
저를 워드프로세서 세계에 초대한 두 제품.
Commented by crdai at 2006/10/28 20:37
한글 815의 경우는 "1년 사용 약정"이라는게 있어서 사용자들에게 욕을 먹었던 기억이 나는군...뭐였더라? 1년뒤 다시 만원을 더 내야 되는 거였던가? "은혜를 져버렸다"라는 식의 거센 여론이 일어나니까 말을 바꿔서 "공공 기업만은"이라는 식으로 말했던거라고 들었는데...;; 덤으로 나는 제돈내고 샀었지. (쿨럭)
개인적으로도 한글 97은 워드 프로세서로 할수 있는 웬만한 기능들의 베이스를 전부다 가져왔다고 생각 되었을 정도로 좋았던 것으로 기억. 학교 근무 당시 무지하게 쳐댔었지..하아..;;
Commented by 미리내 at 2006/10/28 21:11
전 아래아 한글 1.5부터 시작했었네요 ^-^~
당시 286 컴퓨터에 2D 디스켓 한 장으로 돌아가는 워드임에도 깔끔한
화면과 섬세한 짜임세는 정말이지 마음에 쏙 들었습니다. 오히려 지금의
아래아 한글 시리즈보다 예전의 시리즈가 훨씬 좋지 않았나 하고 생각도 합니다.
Commented by 벗씨 at 2006/10/29 01:28
흐음. 저는 도깨비 부터... =ㅅ= 그때는 워드라는 개념보다는 그저 도스 상태에서도 한글을 쳐보자 였기 때문에..

도깨비 시작때 나오는 도깨비 기와 모양의 박력한 로고(?)가 아직도 기억에 선합니다.
Commented by 자그니 at 2006/10/29 02:00
전 애플2용 작은별 워드....
Commented by 안경소녀교단 at 2006/10/29 03:18
전 한글2.5로 워드3급따고 한글97로 워드2급땄었죠...
Commented by sadcafe at 2006/10/29 04:12
저는 vada 라는 워드를 썼습니다. 기억 하시려나요;
Commented by 1월군 at 2006/10/29 11:43
저희학교 교수님한테 들어보니 요즘 MS 가 학교/기업에다가 "한글을 깔지 않는 조건으로" 윈도우XP를 정가보다 싸게 공급하고 있다고 하더군요. 한글을 깔아서 쓰겠다고 하면 XP값이 두배 가까히 올라간대나 뭐래나...
그래서 저희 학교에도 한글이 안깔려있습니다..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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